2021년 회고

한 해의 회고를 적어보는 건 처음이다.
일단 회고를 적으려고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질문하는 법 이후 1년 반 이상 아무 글도 적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었다. ㅠ_ㅠ

2022년엔 공유를 많이 하자. 하고 정했으니 회고를 시작으로 다시 블로그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디스크

목과 허리가 좋지 않은데, 올해 초에 디스크가 재발했다. 이건 별거 아닌 것 같아서 지웠다가,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바른자세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살렸다. 디스크는 2018년 어느날 운명처럼 내게 살며시 다가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종종 안부인사를 해주곤 한다. 통증이 심해지면 그냥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만큼 눈물찔끔나게 아프다. 의사 선생님은 본인도 디스크가 있다며(?) 디스크엔 그냥 꾸준한 코어운동과 바른 자세가 답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인프라 스터디를 1년 진행했다.

Open Container Korea 그룹 슬랙에서 운영하는 인프라 스터디를 꽤 오래 해왔다. (5~6 년은 더 된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원래는 @nacyo_t 님이 스터디 운영을 해왔는데, 2020년 12월 부터 어떻게 얼래벌래 내가 맡아 하게 되었다. (내가 Programming Kubernetes 진행하면 @nacyo_t 님은 다른 스터디를 진행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속은 기분이 든다.)

다음을 주제로 매주 수요일 스터디를 진행했고, 중간중간 방학이 있었지만 거의 일년 쭉 달려온 기분이 든다. 특히 마지막 Istio in Action은 5개월동안 진행됐는데 거의 끝에는 중도 포기하신분들도 꽤 있었고, 나머지 멤버들도 많이 지쳤어서 역시 스터디는 짧게짧게 가는게 좋겠다. 하고 짧게 회고했었다.

스터디 오거나이저(모더레이터가 맞나?)라고 해서, 크게 해야할 일은 없고 스터디를 어떻게 진행할지 정리하고, 일정을 만들고, 초대하고 정도 였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내가 주최자니까 결석을 하면 안돼! 라는 점이었다.) 아마 개근을 한 것 같은데 너무 아팠던 날. 못할거 같아요 라고 말해놓고 참석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하고 약간 가물가물하다.

오래 전부터 Kubernetes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혼자서는 역시 깊이있게 공부하지 않고 포기하기 일수였는데, 스터디가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마워요. 함께한 멤버들.

인프라 스터디는 역사와 전통에 의해, 1부는 발표자 지정없이 다같이 한주동안 노션에 공동작성한 문서를 당일 참석자 중 랜덤으로 드라이버를 선정해서, 드라이버가 스터디를 진행하면 다른 사람들이 질문도 하고 답변도 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2부는 인프라 관련된 프로젝트를 주제로 선정해서 매주 한명씩 발표가 이어지는데, 이 퀄리티가 어마어마하다. 한명이 열심히하면 다음 사람도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하고, 또 다음사람이 열심히 하고… 이렇게 진행되는데 나도 발표 준비하느라 며칠 밤샜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준비했던 발표주제는 바로….

Kubernetes Network & Cilium 발표

Kubernetes Network & Cilium 이었다. Cilium CNI Plugin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관심만 가지고,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스터디 주제 정할 때 이 때가 아니면 언제하나! 싶어 적어냈었는데, 공부하고 정리하는게 꽤 힘들었지만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스터디 발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공부하지 않았을 것 같다.

Cilium을 발표하기 위해 Kubernetes Network Plugin에 대해서 정리하고, 많이 사용되는 Calico와 Cilium을 비교하면서 발표를 진행했는데, 준비하는 동안 새롭게 알게된 내용도 많고, 내가 발표했던 몇 안되는 주제들 중에 가장 스터디 멤버들 반응도 좋았어서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Facebook, Twitter에도 공유했는데 많이 공유되어서, 이거 asbubam이 쓴거 맞아요? 하고 돌아돌아 질문 받을 때 기분도 좋았다. (역시 나는 관심을 먹고 사는 아저씨인가…)

이후에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열망이 불타올랐는데, 막상 거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반성했고, 어떤 프로젝트에 관심있어요? 질문받으면 역시 eBPF & Cilium이 떠오르는 걸 보면 2022년엔 두번째 글을 작성해서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뱉어놔야 또 하게되겠지.)

최고의 팀 그리고 퇴사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멤버들이 말도 잘 통하고, 팀 문화도 엄청 좋았던 것도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이유였지만,
DevopsArtFactory · GitHub 아래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회사에서 일하면서 함께 개발하고 리뷰하고 했던 기억이 너무 행복했다.
오랫동안 개발하는 인프라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는데, 딱 그런 팀이었다.

팀원들과 Golang을 짧게 스터디하고, 우리가 손으로, API로 직접하던 일들을 하나씩 오픈소스로 옮기는 작업들을 진행했다. 이 팀 특징이 말할시간에, 계획할 시간에 당장 실천하는 팀이었어서 정말 짧은 시간동안 많은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klocust 를 개발했는데,
Locust 분산 로드 테스트 환경을 Kubernetes에 쉽게 프로비저닝하고 제거할 수 있는 CLI 툴이다.
회사 이벤트의 대형장애 이후에, 장애재발 방지를 위해 서비스의 정확한 Throughput을 측정하고자 했고 Locust를 사용해서 지속적인 테스트를 하다보니 누구나 필요할 때 쉽게 테스트 환경을 구성하고, 스케일아웃하고, 쉽게 자원을 삭제할 수 있는 툴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개발하게 됐고, 실제 업무에 정말 많이 사용했다.

개발하면서 너무너무너무너무 즐거웠어서 최근 몇년간 가장 행복했던 프로젝트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코드가 엄청 복잡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프로젝트지만 그래도 늘 오픈소스 하고싶어요. 말만하다가 실제로 뭔가 만들고 릴리즈하고 해보니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이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남길 수 없지만, 너무나 아쉽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좋은 동료들이 평생친구로 남았다. (나…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니겠지?)

투자

투자를 공부하게 되었다.
주식 투자는 2020년에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그냥 애플이 너무 좋아서 애플주식까지 사고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용돈이 남거나, 빅 이벤트가 있어서 아내가 빅용돈을 주거나 하면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투자금액이 조금씩 늘어서 취미를 좀 넘어섰다는 생각도 드는데, 신과함께 팟캐스트의 정채진님 출연편을 듣고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 공부를 하게되었다.

뉴욕주민 님, JC 님 채널을 좋아하고 자주 찾아본다.

주로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고, 지표도 아직 잘 몰라서 HTS에서 보여주는 회사 분기별 수치 변화나 꾸준히 보는 정도이고, 지표보다는 실제 내 주변 소비자들이 어느정도 열광하고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정도인 것 같다. 아직까진 초심자의 행운으로 수익률이 나쁘지는 않다. (아내가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내말로는 매도를 해야 내 돈이라는데… 최소 3년은 매도하지 않고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주식책도 한 40권정도 산 것 같다. 시간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진정한 기업덕후라면 제무재표, 기업보고서까지 가슴깊히 이해하고 읽어줘야 덕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초보라 뭐 더 할말은 없지만, 내년엔 좀 더 공부하는 투자를 해보고 싶다.
장이 흔들릴 때, 나는 흔들리지 않으면 왠지 기분이 참 좋다. -_-

바이크 교육을 받았다.

나는 엔진이 달린건 다 좋아하는 편인데, 아 자전거도 좋아하니까 바퀴가 달린걸 좋아하는건가…아무튼 좋아하는데 그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바이크다.

병특 때는 원동기 면허를 따고 벤리 50s라는 클래식 바이크를 사서, 출퇴근을 했었고, 바이크 동호회에도 엄청 열심히 나갔던 것 같다. 모임이라고 해봐야 남산 올라갔다 내려오고, 송추가서 고기 구워먹고 오고, 어디 공원가서 콜라먹고 오고 이 정도가 다지만, 바이크 타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그 뭔가가 있다. 아시죠? 그거 아시죠?

아내는 바이크를 반대했고, 결혼 후에 바이크는 생각도 못하다가, 쉬는 기간에 2종소형 면허를 땄다. 그리고 야마하 R3를 몰래 샀다.
처음이라 제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개발자 브이로그 영상에 나오는 그 바이크다. 🙂

주차장에서 시동만 걸어주다, 역시 바이크가 타고싶어서 알아보다 레인조 아카데미 란 곳을 알게됐고, 아내에게 말하니 공도가 아니면 바이크를 타도 좋다고 허락했다.

당장 등록했다.
4월 입문자 교육을 시작으로, 필수기초, 필수중급, 중상급, 상급, 행오프 기초까지 7~8번 교육을 받았다. 역시 평소에 연습을 못하다 보니 연습량이 부족해서 어떤 수업은 두번도 듣고했다.
레인조 아카데미는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바이크 교육기관 중 하나로, 주변에서 바이크를 배우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드리고 싶다.

바이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해야 바이크를 안전하고 즐겁게 탈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알려주시고, 아침 9시에 가면 저녁 6시까지 계속 교육을 받는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와, 내가 이거하려고 태어났나. 바이크 타려고 살아있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다.

서킷 주행을 위해서는 행오프를 익혀야 하는데, 행오프는 나에게는 아주아주 먼 미래로 느껴졌던 꿈의 기술로, 체중을 코너 안쪽으로 실어 가속력은 유지하면서, 원심력과 대항해 코너를 진입|탈출 하는 기술 중 하나다.

꾸준히 한 단계씩 배워나가다 보니, 그 어렵고 멋있어 보였던 행오프를 할 수 있었다.

이게 나다! 으하하하하. (조현 단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내년엔 서킷 도전이 목표다. 내년 회고를 쓴다면 꼭 서킷 도전에 성공했다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바이크를 배우면서, 한 단계 한 단계씩 목표를 세우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익혀나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이크 교육을 기다리는 시간도, 교육 후에도 건강한 열정이 샘솟아서 일도 잘되고, 스트레스도 줄고, 뭔가 기쁨기쁨 상태가 유지되어서 일상생활도 많이 즐겁고 파이팅하게 된 것 같다.
사진을 페북에 올리다보니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페북친구 동일님이랑 같이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맨날 혼자가다가 같이 배우니 더 즐겁고 힘이났다.

아!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트위터에 조금씩 하곤 했는데, 바이크를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바트 (@elfinxx) 님이 집으로 레이싱 슈트를 보내주셨다.
원래는 교육장에서 대여해주는 슈트를 늘 입었는데, 라이더의 꿈인 나만의 슈트가 생기다니 정말 기뻤다.
위에 행오프 사진에 입고있는 멋진 슈트가 바로 바트님이 선물해주신 슈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 바트님 최고에요! 덕분에 제가 무릎을 긁었어요!

트위터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이 일화 말고도 일본에 계시는 @mihyon 님이 Kubernetes Custom Controller 책도 사서 보내주시고 트위터 친구들로 따뜻한 한해였다.

입사했다.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한게 회사에 도움될지 아닐지 잘 모르겠어서 회사명을 밝히진 않았는데, 4월에 퇴사하고 일주일인가 쉬고 바로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SRE(Site Reliability Engineering) 팀에는 클러스터파트, 딜리버리파트, 클라우드파트가 있는데, 나는 클라우드파트에 입사하게 됐고, 이제 반년 좀 더 지나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빠르게 서비스가 발전하고, 인원도 늘고 있어서 다양한 상황변화가 있고, 인프라가 이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팀원들과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클라우드 파트는 나를 제외하고 3명의 동료들이 있고, 다음 주엔 인턴분도 오셔서 다섯명이 된다.

수다를 떠는 채널이 있는데, “와 이거 새로오시는 분이 우리 보고 놀라서 출근 안하면 어떻게 하죠?” “처음 몇 주는 정상인인척 하죠.” 같은 이야기를 할 만큼 엉뚱한 이야기도 많이하고 (아직 좀 부끄럽지만) 마음을 잘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Kubernetes 하고 싶어요. 하고 이직하고 이직하고 이직하고 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Kubernetes는 타 파트에 비하면 크게 다룰 일이 많진 않다. 무조건 Kubernetes를 해야겠어요. 라는 마음이 강할 때가 있었는데, 이전 회사에서 klocust를 개발하면서 그런 생각보다는,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제공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Kubernetes는 기술적 관심으로 꾸준히 스터디에도 참여하고 공부하고 있지만, Kubernetes는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 아니 이제는 하나의 New Kernel 일 뿐 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건 당연히 익혀야하는 베이스이고, 그 위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 회사에서는 아직 개발을 많이 못했는데, 내년엔 올해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커피에 입문했다.

이전에도 커피를 아주 조금씩 마시긴 했는데, 커피는 그냥 멋있는 음료먹고나면 배아픈 음료 정도였는데… 동료들이랑 블루보틀 첨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아니 이거 너무 맛있는거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이제 알았지?”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블랜드 커피였어서 어떤어떤 블랜드 였는지 제대로 기억하진 못하지만…(사진으로 찍어둘걸) 그 이후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도 (조금 더 진지하게) 마셔보게 되었는데 오 점점 맛있어졌다.
맛있으니까, 그럼 이번엔 이 까페가서 마셔볼까? 여기가서 마셔볼까? 하게 됐고, 놀러가서도 까페에 들리면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보게 됐다. 아직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잘 모르겠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만 도전하고 있다.

집에서 드립커피를 내려먹기도 하는데, 알갱이를 크게 갈고, 물을 펄펄 끓였다가 1분 약간 넘게 식히고, 2분이내로 빠르게 내려서 먹는게 나한테는 제일 맛있었다.
아직 원두를 골라 마실 정도로 잘 알진 못하지만, 하나하나 새로운 맛을 배워가는 과정이 즐겁다.

회사 근처에 비너브로 라는 까페가 있는데, 회사 근처에선 제일 맛있는 거 같다.
재택하면서 생각날 정도라서, 기회가 되면 꼭 가서 마시려고 한다.

VLog를 만들었다.

도커 발표를 공유하려고 만든 유툽채널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역시 나는 평범하게는 살 수 없어. 세상에 나를 알려야겠어.’ 좀 더 좋아요를 받아야겠어. 라는 마음이 강렬하게 들어서 VLog를 만들어 올리게 됐다.

아직 2개밖에 안 올렸지만 나름 구독자 150명이 넘었다구…, 그 뒤로 회사에서 좀 정신이 없고 해서 아직 못 올리고 있는데
유툽 스타가 되려는 나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봉받는 날을 기대하며 내년엔 좀 더 가열차게 해볼 생각이다.
기…기대하시라. (먼저 구독해두면 알림을 받을 수 있겠지?)

클라우드 파트 리더가 되었다.

와, 한 해 회고가 이렇게 길 일인가.. 이렇게 할말이 많으면서 블로그는 왜 그렇게 안썼나…

11말인가, 12월 초에 클라우드파트 리더가 되었다.
리더라고 딱히 하는 일은 없지만, (스터디 오거나이저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생각이 많아지긴 했다.

여태 개발하면서 리더는 딱 한번 했는데, 나는 리더로서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다신 리더는 안합니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또 @nacyo_t님에게 넘어간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아주 엉망진창 리더다.
원래도 항상 1인분을 잘하고 싶다. 1인분도 못하는 것 같다. 하고 말하곤 했는데, 이젠 내가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확률마저 좀 더 높아진 기분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고통받고 스트레스도 좀 있었는데…

이번에 연말 휴가를 쓰고 푹 쉬면서, 책도보고, 띵까띵까 놀다보니 긍정적인 감정이 자라났다.
그동안 좋았던 팀장님들, 멋졌던 팀장님들을 생각해보면서, 나도 최대한 그 좋았던 점들을 닮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좀 더 즐겁고 신나는 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말을 하기보단 많이 들어야지. 생각하는데 자꾸 수다쟁이가 되는 것은 걱정…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더 중요한게, 제일 중요한게 다들 기쁘게 일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팀장의 탄생 이란 책을 우연히 다른 팀 회고 노션 보다가 한 구절 내용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해서 구입했는데 지금의 나한테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다.

책에서 정의한 매니저 중에 나는 수습 매니저 상태인데, 과연 어떻게 잘 수습을 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한데, 지금은 휴가 중이라서 그런지 마냥 잘 되겠지 하는 긍정회로가 샘솟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부족해도, 팀원들이 잘 이야기해주고, 잘 도와주고 하니까 잘 되겠지. 하고 생각한다. 미안해요. 대책없어서…. (언젠가 다음 리더가 올 때까지 잘 … 정상팀인 척 하기로 해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수업은 하나도 안듣고 맨날 딴 생각하기 바빴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아니, 나같은게 어른이 될 수 있어?” 라는 생각이었다.

당시 생각으로, 어른이 되려면 바로 졸업하고 취직하던지, 아니면 대학도 갈지도 모르고 (중퇴했지만), 군대도 가야하고 (병특했지만),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아마 직장이란데 취직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돈 벌어서 먹고살만큼 모아야하고, 막 운전도 하고 이런걸 이런 부족한 사람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롯데리아가서 부끄러워서 주문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과연… 어른이 되어서 사회란 곳에 나가서 다른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을까? 저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막연히 두렵고 무서웠던 것 같다. 어쩌면 학교 생활 자체도 크게 적응을 잘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서…

그런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내년이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되고, 회사생활도 꽤 오래하고 있다. 어찌어찌 남들하는대로는 아니고 좀 경로를 돌아돌아 살아나가고 있지만, 어쨌든 잘 모르는 사람이보면 꽤 어른 비스무리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나이가 먹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이 되면 이런걸 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자의로 혹은 타의로 어떻게 어떻게 경험하고 살아오게 됐다. 올해는 이 사실이 문득문득 신기하고 때로는 고맙게 다가왔다.

스물 아홉 때는 왠지 모르게 꽤 우울했던 것 같은데, 서른 아홉은 좀 희망찬….
앗 아닌데 올해 초엔 엄청 우울했는데, 지금은 뭔가 희망차다. 에너지틱해. 그러니까 이런 글을 몇시간 째 이렇게 쓰고 있잖아…

아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며칠 남아서 그런지, 유혹에 엄청 흔들린다. 지금보다 더 재밌어 보이는 회사. 아이패드. 포르쉐. 편하고 소리가 좋아보이는 헤드폰. 더 많은 책. 더 많은 휴가.

내년엔…

아마 휴가의 영향인 것 같은데 (고마워요. 회사.) 뭔가 잘 될 것 같다.
내년엔 뭔가 막 희망차고 신날 것 같다. 다 잘될 것 같다.
아주 특별하게 우당탕탕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나답게 살 때 가장 행복하고 스스로가 좋아지는 것 같다.
여러가지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거나, 핑계를 대면서 조금씩 도망치듯 제대로 하는 척 견뎌왔던 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는 좀 더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것을 계속 일깨워가며 살아가면 좋겠다. 그럼 왠지 더 잘 풀어내거나 잘 이겨내거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기…기대해봅시다. 응원도 해주세요. 많이 많이.

쓰고보니 나는 참 수다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도 너무 길다. 누가 여기까지 다 읽기나 할까…

두서도 없고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고마워요. 그럼 다음 글에서 (언젠가) 또 만나요.
사실 요즘 https://twitter.com/asbubam 에서 엄청 떠들고 있어요.

아 참, 혹시 우리팀, 우리파트 팀원들이 보고있다면, 고마워요. 함께 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