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

작년에 처음 회고를 적었었는데, 올해는 많이 쳐져있었어서 그랬는지 따로 회고를 정리하지 않고 있다가 출근을 앞두고 거지존 정리하러 미용실에 앉아있는데, 올해 문득문득 작년에 어땠지? 하고 2021년 회고를 읽어봤던 기억이 났다. 꼭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게 아니어도, 당시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정리했는지 기록해 두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력이 좋지 않으므로, 트위터에 올렸던 이미지들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기록할 만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작년 회고 쓰면서, 블로그도 다시 열심히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 회고 다음 글은 올해 회고가 되었다. -_-

클라우드 파트 리더가 되었다.

2021년 말에 클라우드 파트 리더가 되었다. 지금 SRE팀은 총 17명인데 클라우드파트, 클러스터파트, 딜리버리파트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회사의 서비스는 대부분 AWS를 사용하고, GCP를 일부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는 AWS를 2013년에 처음 써봤으니까, 시작점은 좀 늦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의도치 않았던 잦은 이직 덕분에 이런 저런 회사에서 어떻게 클라우드를 사용하는지 옆에서 보고 잘 배울 수 있었던 것 같고, 아직도 모르는 게 산더미 같지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어떻게 어떻게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

예전에 리더를 한번 해보고, 다신 리더는 안 합니다. 하고 말해오다가, @nacyo_t에게 또 넘어가서 리더를 하게 됐는데
처음에 오지랑 2명이 시작했던 파트가 이제 해리, 데렉, 앨런, 애션이 입사하고 6명이 됐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파트인데, 다른건 몰라도 개그는 잘 맞는 편인 것 같다. 🙂
새 멤버가 오면 (개그에) 놀라니까 1주일은 정상인인척 해요.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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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코드…(뒤에있는 본인. 앞에는 해리 – 화난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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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게 NPC 같다고 오지가 만들어 준 짤 (직장내 괴롭힘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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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9살 때 사진과 따뜻한 시간



며칠 전 워크숍에서 드러커 엑서사이즈 중인 클라우드파트. (애션촬영)

옆 파트의 웨이랜드의 회고 에서 처럼 현재 SRE팀은 특별한 매니징 없이도, 다들 자기 일을 찾아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동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리더로서 특별히 노력해야 할 것은 없었던 것 같다. SRE팀 특성, 그리고 파트의 특성상 집중을 끊는 오퍼레이션 요청 빈도가 높은 편인데, 이 부분을 가능하면 많이 커버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년초에 계획했던 것처럼 운영을 직접 하는 조직에서, 개발해서 (문제를 해결하는)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의 존재를 추상화 하자. 라는 목표에는 한걸음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큼지막한 3~4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그동안 개발했던 성과들이 SRE팀이 제공하는 플랫폼에 잘 녹아들어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모두가 주도적이니 리더가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 했지만, 1년동안 리더로 일해오면서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훨씬 좋은 조직이 될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토픽에서 풀어보기로…

팀에 입사하기 전에 준비했던 질문지를 공개했다.

유독 올해는 입사로 고민하거나, 입사하고 나서 동료들과 협업하다 느끼는 괴로움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어, 입사 전 어떤 형태로 (역)인터뷰를 준비했었는지 공유했었다.

이런 형태인데, 지원하는 회사의 공고를 상단에 간략히 정리하고, (혹시 기회가 된다면) 입사하면 함께 일하게 될 동료들에게 궁금한 점을 준비해뒀다가 질문 기회를 주면 하나하나 질문하고 답을 정리했다.

지금 회사는 입사 전에 티타임을 한번 진행해주셔서, 이것보다 더 많이 물어봤던 것 같긴 한데, 최근에 입사 전 티타임 문화가 조금씩 생기는 듯 해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거나, 이직하는 분이라면 함께 일하게 될 팀 알아보기 시간 을 사전에 가져보길 추천드린다.

커피머신을 샀다.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샀다. 지금 회사에 와서 커피를 배웠다. 지금은 매일 1잔 이상은 마시고 있고, 회사에 출근해서 매일 커피를 마시다 보니, 재택 할 때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중간중간 까페에 가서 커피를 사오다, 이럴바에는 집에서 내려마시자! 해서 충동적으로 커피머신을 샀다.

네스프레소 제일 싼 캡슐머신을 샀는데, 얼마 전에 계산해 보니 29주 동안 약 120 캡슐 정도를 먹었다. 대부분 아아로 내려먹는데, 여러 가지 캡슐을 먹다 보니 취향도 생기고, 이 캡슐은 어떤 맛일까 도전해 보는 재미도 있다.

옵시디안에 캡슐 후기를 적어놨다가,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애정하는 캡슐은,
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 테일러 퍼플레인, 네스프레소 도쿄 비발토 룽고 로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를 아아로 마시고 있다.
매장에서 먹는 커피는 스벅 돌체콜드브루, 폴바셋 아아, 블루보틀 이름을 까먹은 블렌드커피(이 커피 마시고 커피 마시게 됐다.)를 좋아한다.

올해 살이 10키로 정도 빠졌었는데, 커피의 효과도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재밌었던 책들

올해 재밌게 읽었던 책이 많았는데, 지금 딱 생각나는 책들은…

  • 미래를 만든 Geeks
    매킨토시 개발팀의 이야기를, 실제 개발에 참여했던 앤드허츠필드의 기록으로 부활시켰다.
    두께가 있어, 처음에 시작하기 어려운데, 한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가는지 모르고 읽게된다. 왠지 모르게 반란군 같고, 왠지 모르게 유쾌한 개발팀 이야기.
    관련 트윗:
    미래를 만든 Geeks 책에 자세히 나와있지만, 영화 잡스에서 매킨토시 팀 구성하고, 매킨토시 만드는 과정 나올 때 진짜 멋있다. 실제로 잡스동료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보기에 참 멋진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만든 Geeks 읽다보니, 기록이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앤드허츠필드의 기록과 발행이 있기에 오늘 내가 역사를 읽고 감동할 수 있었다. 매킨토시 만큼 멋진 일을 해낼 순 없겠지만, 매일 기록하고, 그 기록이 가치를 갖게될 무언가를 만드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작은 독립서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다.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고, 어디론가 지금보다 편안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질 때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비슷한 느낌으로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라는 책도 좋았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마션의 작가 앤디위어가 쓴 소설. 너무 재밌어서 밤새 읽었고, 주변에 보는 사람마다 추천하고 다녔다. 본 사람들은 다 읽었냐는 질문에 별 말없이 따봉을 들어주었다. 특히 개발자라면 훨씬 더 재밌게 느껴질만한 포인트가 있어서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꼭 추천드린다.
  • 와야마야마 작가의 만화들
    유르마블님이 추천해주셔서 빠졌어 너에게, 여학교의 별 을 읽었는데 둘다 재밌고, 당시에 복잡했던 마음이 풀렸던 기억. 다른 만화들도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다.
  • 룩백
    체인소맨으로 유명한 후지모토 타츠키가 그린 단행본이다. 학교신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주인공과, 히키코모리 친구의 이야기인데, 뛰어난 사람들 속에서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리디 페이퍼로 읽고 너무 좋아서, 만화책으로도 주문해서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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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가도쿄토이박스
    게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한글 번역이 끝까지 없어서 완결까지 읽지 못했지만 오히려 열린결말처럼 생각되어서 좋았다. 좋은 팀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 팀장의 탄생
    좌충우돌 수습 팀장으로서 고민에 빠졌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이폰6s 에서 SE2로 변경

버티지 말고, 매일 쓰는 전자제품은 좋은걸 쓰자.
회사 맥도 M1 14인치로 받았는데, 씨피유 잡아먹는 보안툴 말고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이 왕만족.

우리 변화가 필요해요.

년 초에 운영을 직접하는 조직에서, 개발해서 (문제를 해결하는)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의 존재를 추상화 하자. 라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쌓이는 오퍼레이션에 밀려 계획한대로 힘차게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듯 해서
현재 상황(문제점)을 정리하고, 변화를 제안했다.


이런 발표를 했단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트위터에 올렸던 기록을 보고 슬라이드를 다시 열어봤다.
1분기가 지나고, 파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리더(나)의 역량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발표였고, 필요한 개선점들을 정리했었다.

이 발표 이후에, 동료 리더들에게 특정 역할들을 위임하기도 하고, 많이 도움받았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스스로 부족한 점을 다 까발려 창피하긴 했지만, 파트는 이 시점부터 조금 더 힘을 내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고 덕분에 연말에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혼자 고민을 끌어안고만 있어서는 달라지는 것이 (적거나) 없다. 필요할 때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휴가를 많이 떠났다.

올해는 정말 많이 쉬었다. 제주도를 2번 다녀왔고, 도쿄도 다녀오고 국내여행도 꽤 했다. Tim이 트위터에서 휴가는, 휴가를 지탱해 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말을 해줬었는데, 팀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소길다방.
제주도에 좋아하는 까페가 생겼는데, 계속 가니까 사장님이 기억하고, 서비스 커피도 내려주셨다.
소길리에 소길다방이란 곳인데, 분위기가 좋고 커피도 빵도 너무 맛있어서 추천. 길 고양이들도 많이 찾아온다.
아! 한라산 정상 등반도 성공했다.

회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SRE 팀으로서의 업무도 그 속도에 맞춰 빠르게 증가한다.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이 이상 지치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바로 휴식을 취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절한 휴식 덕분에 그때, 그때 리프레시가 가능했고 조금씩 힘을 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 특히 많이 생각했는데, 살면서 무엇보다 값진 게 경험 이고, 특히 아내와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조금은 무리해서 좋은 숙소에 묵어보기도 하고, 조금 비싸지만 맛있는 걸 먹어보기도 했다.
한 번도 후회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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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까먹은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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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 coffee

응정헌에서… (숙소 주인 따님분이 일러스트로 그려주셨다.)

홈네트워크 구축

오래된 홈 네트워크 장비들로 Zoom 연결상태가 좋지 않아서 몇 번 분노했다가, 집에서 사용하는 네트워크를 TP-Link Omada로 쫙 다시 구축했다.

500Mbps 회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PoE 메쉬 무선랜도 매우 만족한다.
현재상태: https://twitter.com/asbubam/status/1580132700140490752


스탠딩 데스크 구입

올해 가장 잘 산 것 1위. 스탠딩 데스크. 데스커 밸런스 모델. (2위는 QC45 헤드폰, 3위는 캡슐머신)
이걸 왜 몇 년씩이나 고민했나. 바보 같았다. 너무 바보 같았다.

호텔에서 자고 출근해보기

올해 내가 많이 지쳐 보여서 그랬는지, 아내가 이런저런 배려를 해줬는데,
아내가 서울 온 친구랑 놀러 가면서, 나에게도 호텔 1박을 예약해 줬다. 출퇴근 길이 머니까, 하루쯤은 회사 근처에서 푹 자고 편하게 출근하는 호사를 누려보라고 했는데…

아니 아니… 하면서 내 입은 이미 활짝 웃고 있었…

혼자 호텔에서 자본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좋았다.
이 날 하시코프 유저그룹 모임날이라 저녁늦게 피곤했는데… 조금만 걸어 호텔에 도착해서 도너츠도 먹고 콜라도 먹고 과자도 먹고 먹고 먹고 또 먹고…
새로운 장소에서 혼자 있다 보니까 생각도 정리되고, 회사 도보 5분 거리 호텔이라 감은 머리가 다 마르기도 전에 회사에 도착해버리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1월엔 다시 출근이 개시되는데, 또 한번 해보자고 벌써 호텔을 예약했다.

Python을 배웠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발 언어를 결정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내 입김이 강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분위기여서 편안한 JavaScript나, 재밌는 Go를 선택할까 솔직히 고민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나보다는 함께 개발하는 동료가 익숙한 언어가 좋겠다는 생각에 Python으로 결정했다.

서점에 가서 같이 Python 책도 함께 고르고, FastAPI 도 하나하나 배워서 코드를 읽을 수는 있게 되었다.
(아직 쓰는 건 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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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 책 고르던 날 (앨런이랑 나)

많은 기여를 하진 못했지만, 함께한 앨런이 잘 알려주고, 도와주고, 끌어주고, 달려주어서 이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빨리 결과물이 나왔고, SRE팀의 대표 플랫폼에도 빠르게 기능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UI 개발을 도맡아 해준 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샤카샤카-서퍼들의 인사)

결과적으로 Python을 선택하길 매우 잘했다고 생각했고, 이후 입사한 애션도 Python을 잘 다뤄서 좀 더 빠른속도로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코드 리뷰나 테스트 코드 작성을 아주 열심히는 하지 못했던게 사실인데, 이 프로젝트는 시작할 때 부터, 우리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해보고 싶던 것들 꼭 반영해가면서 잘 개발해봐요. 라고 마음먹고, 테스트 커버리지도 꾸준히 유지하고, 리팩토링도 자주하고(나는 거의 리뷰만 했지만…) 견고하고, 또 즐겁게 개발했다.

오랜만에 개발한다! 라는 느낌이 들어 좋은 프로젝트 였고, 나도 나지만 같이 개발했던 앨런이 다시 개발의 즐거움을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언어나 환경의 익숙함보다 동료와의 합, 즐거운 분위기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워케이션

회사에서 워케이션 지원을 해줘서, 제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보안팀, 인터널팀 동료들과 이전에 하지못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었던게 생각보다 큰 성과였고, 맨날 가던 장소 말고 새로운 장소에서 일을 하다보면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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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집중 잘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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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 사는 고양이랑 처음 친구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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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킹+트랙볼 놓치지 않은 점.

정신적으로도 지쳐있던 시기였는데 (유달리 올해는 지쳤던 시기가 많군…)
션, 웨이랜드랑 같이 1일 서핑을 배우면서 다 날려버리고 왔다. 진짜 서핑 완전 짱!

밤라디오

트위터 스페이스를 사용해서, 라디오를 진행했다. <-여기밤라디오커뮤니티오셔서가입구독좋아요.
학교 다닐 때는 라디오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특히 유희열의 음악도시 들을 때는, 나도 라디오 방송하는 사람, 방송 만드는 사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다른 일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열정이 타올라서, 아 이거 역시 생각만 하지 말고, 실제로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방송을 켜고 라디오를 진행했다. 방송 이름은 asbubam 의 bam을 따서 밤에 하는 라디오. 밤라디오 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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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s가 라디오 스테이션이 됐다.

게스트도 없이, 노래도 없이 1시간씩 떠드는 방송이었는데, 생각보다 수다 에너지가 많이 모여있어서 그랬는지 잘도 떠들었다…
아마 청취의 대부분은 나였을 것 같다. 왠지 내가 하는 방송인데도 재밌어서 몇 번씩 들었다. 또 해야지 또 해야지. 하는데, 아직 ep.3 은 진행하지 못했다. 아마도 (극 소수의)팬 분들이 더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보고있어요? 거기… 두…두분.

진행했던 밤라디오는,

얼마 전 트위터 스페이스 없어지는 줄 알고 부랴부랴 진행했던 짜투리편: https://twitter.com/asbubam/status/1603776554328150016

10시 좀 넘어 적기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1시 43분이다. 역시 나는 참 말이 많구나.
그래도 오랜만에 키보드 투닥투닥 치면서 적다 보니, 즐거워졌다. 아내가 갑자기 뛰어오더니 블로그 하는구나. 라고 해서,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까, 키보드 소리가 신나 있어서 글 쓰는구나. 했단다.

아무튼, 그래서 2022년 회고의 마지막은,

IC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는 리더 안 한다고 했는데, 두 번째로 리더를 했고… 잘한 부분보다는 아쉽고 부족했던 부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아직 HR 사이트에는 리더로 표시되고 있지만, 팀에는 IC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공유했고, 파트 동료들이 선물이랑 손 편지랑 몰래 준비해 줘서 눈물도 찔끔날뻔 했다. 거의 눈물 성공할 뻔…
정말 고마워요. 클라우드파트. 생각도 못했어서 많이 놀랍고 또 마음가득 고마웠어요.

IC는 Individual Contributor라고 해서 특정 매니징이나 리딩 업무를 하지 않는 기여자를 지칭하는 명칭인 것 같다. (첨엔 Indivisual 이라고 몇번 썼다가 귀가 빨개지는 경험을… Tokyo Visual Art 출신이라 그렇다고 위로해본다.)

클라우드 파트 리더로 일해오면서 1on1을 진행할 때마다, 내가 리더에 맞는지 모르겠다.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얼마 해보지도 않고 도망치듯 포기하는 것 같아서 일단은 하는 데까지 해보기로 하고, 버티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 오늘은 그 결말을 내야 할 것 같아요. 하고 팀장인 벤에게 이야기했고, 리더를 그만두고 IC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3가지는

  1. 리더는 좀 더 리더로서 잘 해내고 싶은 사람이 하면 좋겠다.
  2. 역량있는 리더와 함께 클라우드 파트 구성원들이 지금보다 더 즐겁게 일하고, 더 많이 이뤄낼 수 있으면 좋겠다.
  3. 개발자로서 클라우드 파트, SRE팀에 좀 더 많이 기여하고 싶다. 개발을 더 즐겁게 많이 하고 싶다.
    였다.

다행히 주변 동료들이,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고, IC로의 전환도 응원해주었다

파트 동료들이 대부분 내 계정을 보고 있어서, 이 글도 보리라 생각해서…
그동안 부족한 리더와 함께 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리더로서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같이!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내년엔…

리더로서 참 부족했는데, IC 로서도 그럴까 봐 조금 걱정이 되지만, 걱정만 해서는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일단 해보려고 한다. 내년 회고를 쓸 때는 (아마 쓰겠지?) IC로서 이뤄낸 일들을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그리고 또 즐겁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에 새롭게 공부하기 시작한 언어도 있고, 과목도(?) 있어서 그 결과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는 한 게 없어서, 회고를 적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적으려고 트윗들을 하나씩 되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나이가 되면 원래 그런지 유독 힘들기도 하고, 마음이 울렁 하기도 일렁 하기도 했던 한해였는데, 이 경험들도 내년에 더 좋은 경험치로 남아, 조금 더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엔 꼭 멋진 아저씨가 되면 좋겠다.